갈수록 교묘해지는 명의도용…노숙자 '구제 사각'
갈수록 교묘해지는 명의도용…노숙자 '구제 사각'
  • 메디테크뉴스
  • 승인 2023.11.0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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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새 명의도용·대여로 인해

"과세 부당" 취소요청 703건

인용 감세액만 144억원 달해

정의당 장혜영 의원(기획재정위원회)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명의도용(대여)로 위법·부당하게 이뤄진 과세처분 세액이 총 14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납세자권리구제 제도 중 하나인 ‘고충민원 처리제도’를 통해 과세처분 취소요청이 인용된 160건에 해당하는 감세액으로서, 제도 접근성이 낮은 노숙인·장애인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장혜영 의원은 “노숙인 및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위법·부당한 명의도용 및 대여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며, “갈수록 교묘해지는 명의도용범죄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불복 청구기간 세분화 등 권리구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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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의원에게 국세청이 제출한 ‘최근 5년간 명의도용(대여) 과세처분 취소 요청 고충민원 처리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고충민원’으로 접수된 명의도용(대여) 과세처분 취소요청은 총 703건이며 청구세액은 약 98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소관과 직권시정 또는 납세자보호담당관 및 납세자보호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인용된 건수는 총 160건이며 인용 감세액은 약 144억원으로 확인됐다. ‘고충민원 처리제도’가 ‘과세전적부심사’, ‘이의신청’, ‘심사청구’등 법정 기한 내 ‘불복청구’를 하지 못 한 경우 부과제척기간 종료 전 권리구제 절차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명의도용(대여) 피해가 적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명의도용범죄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노숙인 및 장애인의 경우 어렵고 복잡한 법적 불복수단을 통해 권리구제를 받을 가능성이 낮은 탓에 명의도용(대여) 피해 전체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1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숙 중 피해 경험’ 유형 중 ‘구타 및 가혹행위’ 다음으로 가장 많이 경험한 것이 ‘명의도용 및 사기’로 나타났으며, 지난 2월에는 노숙인 명의의 법인 통장으로 자금을 유통한 명의도용범죄 일당이 검거되는 등 관련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을 비롯한 정부의 대책은 보건복지부로부터 노숙인 시설 등 입소자 명단을 주기적으로 제공받아 사업자등록 과정에서 검증하는 등 제한적인 사전 예방 수준에만 그치고 있다.

 

국세청이 제출한 ‘노숙인 시설 및 입소자 통계 수집 현황’ 자료를 보면 2022년 12월 기준 6566명의 입소자 정보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공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거리노숙인’ 및 ‘쪽방주민’까지 포함한 전체 노숙인 1만4404명(2021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의 약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결국 노숙인 시설 입소자 이외에는 정부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노숙인과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명의도용범죄 관련 정부의 대책은 특정 집단을 원천차단하는 방식으로서 범죄 예방 및 근절에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라며,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노숙인과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고 보호하는 데 취약한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불복 청구기간 확대 및 권리구제 지원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장 의원은 “노숙인과 장애인이 명의를 도용당하거나 대여하는 이유는 결국 생계와 주거 문제 등 부족한 사회안전망이 근본적 원인”이라며,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한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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