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마을은 쓰레기 산'…포항 대송면민 "쑥대밭 복구에 한숨만"
[르포] '마을은 쓰레기 산'…포항 대송면민 "쑥대밭 복구에 한숨만"
  • 노컷뉴스
  • 승인 2022.09.1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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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손길 역부족…"수건 한장이라도 보내주세요"
포항 남구 대송면 골목 모습. 김대기 기자
포항 남구 대송면 골목 모습. 김대기 기자
"집을 보면 눈물을 안흘릴래야 안흘릴수가 없어요. 이 난장판에 봉사자들이 도와주니 고맙고 감사합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에 직격탄을 맞은 경북 포항시.

특히, 지난 5일과 6일 이틀간 포항 남구 대송면에는 453㎜의 비가 내렸다. 6일 오전 1시부터 6시 까지 5시간 동안에만 338㎜의 비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집중됐다.
 
태풍이 피해를 입은지 일주일이 지나고 13일 찾은 대송면 일대는 '70~80년대 공사판'을 떠올리게했다. 이 곳은 작업 인부 대신 해병대원과 공무원, 자원봉사자, 수재민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칠성천 등에서 범람한 뻘물이 마르면서 도로 곳곳에는 흙먼지가 일면서 인근을 지나는 차량은 창문을 급히 닫았다.
 
포항 남구 대송면 골목길이 각가정에서 내놓은 집기들로 가득차 있다. 김대기 기자
포항 남구 대송면 골목길이 각가정에서 내놓은 집기들로 가득차 있다. 김대기 기자
동네 안 소방도로는 침수된 차량과 각 가정에서 나온 집기들로 가득차면서 통행이 불가했다. 바람이 불 때 마다 흙먼지가 일고, 하수도 냄새와 화장실 냄새까지 나면서 '이 곳을 빨리 벗어나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대송리의 한 침수주택에서 만난 김현화씨는 전국에서 달려와준 자원봉사자들께 감사드린다는 말부터 했다.
 
김씨는 "이 난장판에 봉사자들 도와주니 고맙다. 말 할때마다 눈물을 안흘릴 수가 없다. 이분들이 없었다면 정말 막막했을 것이다"고 눈물을 훔쳤다.
 
이어 "침수 될수도 있다고 해서 대피하면서, 침대위에 가전제품을 올려 놓고 갔다"면서 "하지만 물이 침대를 넘어 사람 가슴까지 찼다. 무엇하나 쓸수 있는게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포항 대송면보건지소에 자리잡은 배식차와 피해접수처 모습. 김대기 기자
포항 대송면보건지소에 자리잡은 배식차와 피해접수처 모습. 김대기 기자
대송면 보건지소에 마련된 피해 접수처에서 만난 박 모(66)씨는 집에 들어찬 물을 빠졌지만, 침대, 이부자리할거 없이 모두 졌으면서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씨는 "태풍 전날 다리가 아파서 병원에 있었다"면서 "만약에 집에 있었다면 대피하기도 힘들었을테고 아찔하다"고 말했다.
 
이번 태풍에 포항지역 주택 2227곳(13일 현재 잠정)이 침수되면서 김씨와 같은 수재민과 이재민이 발생했다. 피해는 대부분 대송면과 오천읍에 집중됐다. 
 
침수피해 복구 중인 대송면의 한 식당 모습. 김대기 기자
침수피해 복구 중인 대송면의 한 식당 모습. 김대기 기자
상가 침수 피해도 3075건이 발생하면서 상인들의 생계를 막막하게 하고 있다.
 
대송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진숙씨는 가게 창고에 물이 차면서 마늘과 고추 등 올해 김장꺼리를 들을 고스란히 폐기하게 됐다.
 
최씨는 "그때 새벽 4시쯤 되니 물이 넘쳐 깜짝 놀랐다. 정말 정신이 없었다. 어떻게 되는지도 몰랐다"면서 "집은 2층이라서 다행인데 밑에 가게에 모든 물건이 잠겨 모두 못쓰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대송면의 '지나네 찜닭' 사장은 옆 가게 상인들과 함께 도로 청소에 땀흘리는 모습이다.
 
이 식당 사장은 "가게 앞에 뻘이 있으니 먼지도 나고 피해 당시가 생각나 도로 청소부터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식당은 가슴까지 물이 들어 차면서 안에 있던 식용유가 쏟아져 나오며 가게 전체로 번졌다. 식당 사장은 버릴 것은 버리고 쓸수 있는 것들은 세제를 풀어 밤새 가게 전체를 몇 번을 닦고 또 닦아 식용류를 걷어 낼수 있었다.
 
이 사장은 "아직 뿌연게 남아 있어서 몇 번은 더 씻어야 할 것 같다"면서 "빠르면 이달말이나 다음달 쯤 장사를 시작할수 있을 것 같은데 그동안 월세와 생활비는 대출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대송면 주택가 도로에 내놓은 집기들. 김대기 기자
대송면 주택가 도로에 내놓은 집기들. 김대기 기자
대송면과 오천읍 등의 실상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봉사와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워낙 큰 피해를 입은 터라 피해회복까지는 두 달 이상이 전망된다.
 
피해복구 자원봉사중인 포항시 여성단체협의회 김정례 회장은 "전국적인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정례 회장은 "추석 내내 대송면에 다녔는데 집집마다 뻘이 들어와서 가재도구든 옷이든 그릇이든  괜찬은게 없다"면서 "해도 해도 끝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이게 과연 1~2달 안에 정상화가 될지 두렵다"면서 "내가 막상 당했다고 생각하면 막막하고 하늘이 무너질 것이다. 자신의 삶의 터가 무너졌다. 참담함을 말로 할수 없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포항시의 실상이 안보는 사람은 몰라도 보고나면 며칠만에 정상화 되기가 어렵다는 걸 누구나 알 것이다"면서 "전국에 계시는 분들 구원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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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CBS 김대기 기자 kdk@cbs.co.kr

<노컷뉴스에서 미디어N을 통해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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