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권 전쟁 서막…'뉴삼성' 이끄는 이재용의 고민
반도체 패권 전쟁 서막…'뉴삼성' 이끄는 이재용의 고민
  • 메디테크뉴스
  • 승인 2021.11.2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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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4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지난 14일 출국한 이 부회장은 미국 내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입지 등을 매듭 지었다. 2021.11.24


<디지털뉴스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박11일 일정의 북미 출장을 마치고 전날 귀국한 가운데,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삼성의 향후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을 통해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건설 지역을 텍사스주 테일러(Taylor)시로 최종 확정 짓고, 대만의 TSMC를 따라잡기 위한 여정을 본격화했다.

25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2.9%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2위인 삼성전자는 17.3%로 뒤를 쫓고 있다.

두 기업 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격차가 35.6%P로, 1년 전인 2020년 2분기의 점유율 격차인 33.1%P(TSMC가 51.9%, 삼성전자 18.8%)보다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졌다.

비록 이번에 삼성전자의 대(對)미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 투자 계획을 확정하고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향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지만, TSMC를 따라잡으려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 부회장이 전날 귀국하면서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한 것도,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 데 따른 언급으로 볼 수 있다.

반도체는 용도에 따라 크게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주어진 데이터를 연산 처리하는 시스템 반도체로 나뉜다. 삼성전자는 D램(휘발성 메모리), 낸드플래시(비휘발성 메모리) 등이 대표적인 제품군인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세계 1위 기업이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후발주자다.

시스템 반도체는 용도에 따라 크게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AP(Application Processor), ASIC(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 등으로 나뉘며,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도 시스템 반도체의 영역으로 본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에서는 다수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기술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생산에서는 TSMC나 삼성전자 등에 의존해 왔다. 이는 상대적으로 높은 인건비와 반도체의 성능을 좌우하는 미세공정에서 기술력이 떨어지면서 생긴 데 따른 것으로, 미국이 이번에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나선 것은 그간 잃었던 생산능력을 회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삼성의 이번 미국 투자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른 결정이다.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의 부지면적은 500만㎡로 기존 오스틴 공장의 4배에 달한다. 신규 라인에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될 예정으로 5G,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AI(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2022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투자 확대를 위해 2024년까지 반도체 제조 시설 투자액의 40%에 해당하는 세액을 공제해주는 반도체생산촉진법(CHIPs for America Act) 입법을 추진하고 있으며, 의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가 테일러 공장의 상업가동을 2024년으로 잡고 있는 것은 이같은 미국 정부의 세제 혜택을 고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이번 투자 결정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어 투자에 따른 성공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을 재개를 선언하고, 총 200억달러(약 23조8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2개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며 파운드리 경쟁에 가세했다. TSMC는 2024년까지 1000억달러(약 113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역시 미국 정부의 세제혜택에 따른 결정으로 볼 수 있다.

 

 

 

 

 

 

 


파운드리 사업은 집적도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미세공정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현재 7나노(1나노는 10억 분의 1m) 미세 공정 기술을 적용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두 기업은 반도체 칩 생산능력에서 나란히 3나노 제조기술 개발 상용화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해 사업 확대의 길을 본격적으로 넓힐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위탁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TSMC와 달리 삼성전자는 메모리부터 시스템 반도체까지 생산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인텔, AMD,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강력한 경쟁상대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해 개별 기업으로 운영하면 상대적으로 견제를 덜 받을 수 있고, 미국 반도체 기업 물량 수주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투자자금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 하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은 삼성전자에는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기술력에서 한 번 뒤처지기 시작하면 큰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며 "이 부회장이 마음이 무겁다고 한 것도 이 같은 냉혹한 현실을 다시 한번 인식한 것으로 여러 고민이 뒤따르는 심경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4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지난 14일 출국한 이 부회장은 미국 내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입지 등을 매듭 지었다. 20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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