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준의 교통돋보기]'반평의 삶' 쪽방촌, 철도역에 몰린 이유를 아시나요?
[김희준의 교통돋보기]'반평의 삶' 쪽방촌, 철도역에 몰린 이유를 아시나요?
  • 메디테크뉴스
  • 승인 2021.02.24 08: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용산구는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서울역 쪽방촌 정비는 공공주택사업으로 추진한다. 사진은 계획 예정지. 


<디지털뉴스팀> 세종시에 위치한 청사를 출입하고 있는 저에게 오송역, 대전역과 서울역은 제 동선의 큰 축입니다. 종각에 있는 서울본사에 올라갈 일이 있거나 서울에 취재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코레일이나 SRT고속열차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석탄매연 탓 도심외곽 있던 서울역, 도시빈민 보금자리돼

차를 운전하지 못하는 '뚜벅이' 라이프라 대중교통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인데, 그중 기차는 단연 으뜸입니다. 그러나 이름만 들었던 서울역(동자동) 쪽방촌을 실제로 살펴본 것은 취재를 위해 찾아간 지난 17일이 처음이라는 고백을 합니다.

현장을 둘러보면서 주거 취약도가 열악한 것과 취약한 것의 차이점을 생각해봤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취약하다는 것은 "내가 아프니 살펴봐 달라"고 소리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열악하다는 것은 그런 소리조차 칠 수도 없는 힘 빠진 사람의 모양입니다.

추운 겨울, 손이 얼어 휴대폰 메시지 보내기도 힘든 상황에서 합판을 덧댄 외벽과 김장비닐로 마감한 지붕을 보면서 처음엔 폐가인가 했다가, 연통에 김이 나오는 것을 보고 '누군가 살고 있구나'라고 짐작합니다.

취재하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문득 궁금증이 듭니다. 쪽방촌과 기차역의 연결고리에 대해서요.

문재인 정부가 열악한 주거 여건 개선사업을 추진 중인 대표장소 3곳 모두 역을 끼고 있습니다. 2020년 1월 영등포역 쪽방촌 개선사업이 공공주택특별법을 통해 추진 중이고, 이어 대전역 쪽방촌, 최근엔 서울역 쪽방촌이 뒤를 잇습니다.

철도업계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현재의 철도역 위치가 30~40년 전에 어떤 정도였을지 생각해보라네요. 일단 영등포역과 서울역의 현 위치는 서울 사대문 밖에 있었다는 거죠. 디젤엔진 이전 열차는 매연의 온상지였습니다. 철도역사가 주택가에 놓이면 주민불편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영등포 쪽방촌 골목 

 

 


◇쪽방촌 개선사업, 서울역 반발·영등포 95% 협의 '온도차' 왜

자연스럽게 철도역사는 도심 외곽, 인가가 적은 곳을 점하게 됐습니다. 여기에 도심에서 밀려난 도심빈민, 서울에 갓 상경한 이들이 대략 집을 짓거나 구조를 쪼개면서 지금의 쪽방촌이 형성됐다는 설명입니다. 원래 주거지역이 아니다 보니 상하수도 등 기존 주거기반은 열악합니다.

이를테면 영등포 쪽방촌 세입자는 반평에서 최대 2평 정도(1.65~6.6㎡) 쪽방에서 사는데 월세를 평균 22만원 정도 부담한다고 하네요. 정부가 나서 방을 수리하거나 리모델링을 하면 집주인이 집세를 올리려고 세입자를 내쫓는 일이 종종 발생해, 땜질식 수리와 '참고 견디기'가 이곳의 노하우라고 합니다. 노후화한 주거환경 탓에 돈을 번 사람은 한시바삐 떠나고, 근근히 월세벌이를 할 수 있는 이들만 이곳에 남았습니다.

그래서 돈이 있으면 쪽방을 구했다가, 떨어지면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야말로 쪽방촌 세입자는 벼랑 끝의 주거취약층인 셈이죠.

서울역 쪽방촌은 더합니다. 정확히는 서울역 큰길 건너 우측 블록인 동자동에 약 1000명의 쪽방촌 세입자가 살고 있다네요. 정부가 최근 이곳을 공공재개발로 추진한다고 발표하자, 현금청산 여부를 두고 일부 토지주와 집주인들의 반발이 연일 언론을 통해 소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대로 영등포역의 경우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95% 정도의 협상 수준을 보인다고 합니다. 조재형 영등포 쪽방촌주민 대책위원장은 정부와 공공시행사와의 협상테이블에서 열린 마음으로 득실을 논의한 게, 되레 이익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기차역 쪽방촌의 공통점은 얼핏 입구도 찾아볼 수 없는, 노변상가의 벽 뒤에 숨어있는 음지라는 점입니다. 정부와 토지주, 집주인 모두 발전적인 협상을 통해서 함께 쪽방촌에 따뜻한 새봄을 선사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