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금 풀어라" 교육부 압박에 사립대 고심 "쌈짓돈 아닌데"
"적립금 풀어라" 교육부 압박에 사립대 고심 "쌈짓돈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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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08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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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반환본부 소속 대학생들이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42개 대학 3500명 대학생 등록금 반환 집단 소송 선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와 관련해 대학의 적립금을 활용한 자구노력을 강조하고 나선 가운데 사립대들은 대학 재정이 악화한 상황에서 목적이 뚜렷한 적립금을 등록금 감면 재원으로 활용해달라는 주문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적립금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등록금 감면 혜택을 주는 대학에 대해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확보한 1000억원 규모 '대학 비대면교육 긴급 지원사업'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전날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재난적 상황에서 고통을 분담하고 최대한 자구노력을 한다고 했을 때 적립금이 1000억원 이상 있는 사립대는 (등록금)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적립금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마다) 자구노력이 어떻게 이뤄지는가를 고려하려고 한다"며 "자구노력을 적극적으로 하는 대학은 (정부 지원을) 조금 더 반영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그간 여러 차례 대학의 자구노력을 강조했다.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 새로운 유형을 신설해 지원하기로 한 대학 비대면교육 긴급 지원사업에서도 등록금 감면 노력 정도에 따라 지원 규모가 달라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유 부총리가 적립금을 1000억원 이상 비축한 대학들을 지목해 "적극적으로 사용하라"고 주문하면서 적립금이 등록금 감면 재원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적립금이 1000억원 이상인 대학은 모두 20곳이다.

홍익대가 7570억으로 가장 많았고 Δ연세대(6371억원) Δ이화여대(6368억원) Δ수원대(3612억원) Δ고려대(3312억원) Δ성균관대(2477억원) Δ청주대(2431억원) Δ계명대(2310억원) Δ동덕여대(2230억원) Δ숙명여대(1866억원) Δ한양대(1669억원) Δ을지대(1512억원) Δ영남대(1426억원) Δ세명대(1366억원) Δ가톨릭대(1321억원) Δ대구대(1196억원) Δ중앙대(1183억원) Δ경희대(1127억원) Δ경남대(1080억원) Δ건양대(1044억원) 등 순으로 이어졌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과 대학생들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교육부가 책임지고 대학의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적립금을 100억원 이상 보유한 대학의 적립금 합계 금액도 7조7220억원에 달하지만, 대학가에서는 Δ건축적립금 Δ연구적립금 Δ퇴직적립금 등 사용처가 제한된 '특정목적적립금'이 대부분이라 등록금 감면에 활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토로가 나온다.

서울 한 사립대 관계자는 "적립금이 1000억원씩 있으면 마치 대학이 마땅히 써야할 돈을 쓰지 않고 주머니를 채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은 지 30년 된 도서관 하나만 새로 세우면 없어지는 돈"이라며 "등록금이 10년 넘게 동결된 상황에서 대학 발전을 위해 조금씩 비축한 적립금을 부당한 방법으로 모은 재원으로 여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사립대 관계자는 "사립학교법에는 적립금의 사용처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고, 이를 어기면 감사 대상이 되는데도 교육부에서 적립금 활용과 관련해 별다른 지침을 준 바가 없다"며 "순수하게 수익에서 지출을 제외하고 남은 돈을 적립해 놓은 대학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적립금은 학교의 예산변경절차에 따라 사용처를 변경할 수 있다. 등록금심의위원회나 기금운용심의위원회 등 대학 내 심의 기구에서 의결하면 적립금을 활용해 등록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화여대는 '반값등록금' 논란이 일었던 지난 2011년 건축적립금에서 500억원, 기타적립금에서 850억원을 각각 용도 전환해 1350억원의 장학적립금을 조성해 매년 60억원의 장학금을 추가 지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다만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마다 재정 여건이 천차만별이고 실제로 적립금이 0원인 곳도 상당수"라며 "무조건 적립금을 활용해서 등록금 감면 혜택을 주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니며 일부 적립금을 많이 쌓아둔 수도권 대학에 대해 고통 분담에 동참할 것을 권고한 차원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적립금을 활용해 등록금 감면혜택을 주는 대학에 재정 지원을 늘리는 방안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적립금을 많이 쌓아둔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 간 차이가 발생해 결국 학생들의 등록금 감면 정도에도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실제로 재정 여건이 너무 열악해서 등록금을 돌려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대학도 있다"며 "단순하게 얼마의 재정을 투입해서 자구노력을 했느냐를 비교하기보다 재정 여건 대비 노력의 정도를 따져야 피해 보는 학생들이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국회에서도 추경예산안 심사보고서에서 '대학의 재정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라'는 부대의견을 제시한 만큼 지원 사업에서도 이런 부분을 고려해 기본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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